오래 지난 드라마인 1리터의 눈물을 봤다.
나을수 없는 불치병을 안고서 그래도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는 아야.
(드라마에서는 이케우치로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키토우 - 원래 키토우인것 같다 - 라고 나온다.
더욱이 당황스러운것은 드라마에서 아야와 같은 병에 걸려있다고 나오는 양호학교에 다니는
아스미쨩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온다 - 영화에서 아야의 어머니 역시 아스미의 어머니로 나오셨던분이다-
그리고 그 불치병은 단지 목숨을 빼앗는 병인것은 아니다.
장애라는 힘든 상황을 동반하는 불치병.
척수소뇌변성증이라는 불치병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녀가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것은 아니다.
주변에 폐를 끼치고, 도움을 얻어가며 열심히 살아갔다.
문득 10여년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버지도 장애가 있으셨다.
내가 기억이 있을때부터 장애가 있으셨다.
그리고 내가 11살이 되던해 늦가을.
아버지는 병석에 누으셨다.
그때부터 우리가족은 점점 힘든 생활이 시작되었되었다고 기억한다.
어머니가 일을 하게 됨으로써 우리 형제는 아버지의 병수발을 들기 시작했다.
남들처럼 밖에서 쭉 놀고 있을수 없었다.
왜 우리가족에게 이런일이 생겼는가.
왜 우리가족은 남들처럼 평범한 가정이 되지 못했는가.
왜 하필 우리가족인가 라고 생각했다.
이 드라마를 보고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병수발... 결코 쉬웠다고는 이야기 할 수 없다.
주변에게서 효자다 뭐다 이런소리 많이들었다.
그런소리를 하도 듣다보니 거짓말을 한 피노키오처럼 콧대가 높아져 있었다.
그리고 내가 15살이 되었을무렵
학원을 갔다왔다.
언제나처럼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와서 "다녀왔습니다" 라고 아버지께 인사하고
딱딱한 나무침대 위에 몸을 뉘었다.
아버지의 대답은 없었다.
여느때처럼 주무시고 계신가 하고 생각했을수도 있었다.
그날은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께 가서 조금 크게 불러봤다.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조금 더 크게 불러봤다.
역시 대답이 없으셨다.
흔들면서 깨웠봤다.
일어나지 않으셨다.
머리속이 새하얗게 변해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울고 있는 내가 있었다.
아버지는 그렇게 돌아가셨다.
그리고 나는 12년동안 가끔 생각했었다.
좀더 아버지를 위해서 할 수 있는게 있지 않았었나.. 하고 후회했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지금 나는 생각한다.
아버지의 기분을 한번이라도 생각해보려 했던적이 있었나...
아마 없던것 같다.
나는 생각한다.
'나는 불효자였구나'
그리고 또다시 생각한다.
아버지께 못해드린만큼... 어머니께 해드리자.
이제까지 불효자였으니, 어머니께 아버지께 못해드린 분량만큼 더 해드리자.
물론 해드린다고해서 효자가 되는것은 아니다.
효자소리를 듣기 위해서도 아니다.
다만, 나중에... 정말 먼 훗날에 아무리 해도 해도 후회는 하겠지만
그래도 못해드린것이 너무많아서 후회를 너무많이 하지 않도록 하기위해 해드리자.
지금은 내가 능력이 없어 아무것도 못해드리는 신세지만
대학원에 가고, 열심히 공부해서, 반드시 성공한 뒤 어머니께 해드리고 싶은것은 해 드릴수 있는 능력을 갖자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내가 일하지 않고 공부를 할 수 있는것은 지금 형이 뒤에서 나를 지원해주고 있음을 기억하자.
형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내가 하고싶은 공부, 더 배우고 싶은 공부를 하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었을것이다.
내가 하고싶은 공부를 더 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형과 어머니께 감사하자.
지금 드는 이 생각이 얼마나 갈지는 나도 모른다.
그래서 일부러 이렇게 글로 남긴다.
나중에 내가 헤이해졌을때
다시한번 생각 날 수 있도록
내가 이런생각을 하게 된 드라마의 이름과 지금 생각하고 있는것을 적는다.
그리고 예전에 들었던 생각을 10여년이 지난 지금에야 생각을 고쳐먹는다.
힘들었던건 나 뿐만이 아니다.
우리가족뿐만이 아니다.
어딘가에 있는 어느가정에서도 똑같이 힘든 상황을 겪고 있을것이다.
어떤 가정에서는 더욱 힘든 상황을 겪고 있을것이다.
하지만 더욱 힘든건... 나와 형, 그리고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가 가장 힘들었을것이다.
나는 어렸을때 다른 동갑내기들과는 달리 정신적으로 성숙했다고 입으로만 지껄였었으면서
그런것 하나도 몰랐다.
그리고 새삼스레 생각해보는데 아버지가 웃었던것을 한번도 본 적이 없는것 같다.
그만큼 아버지가 힘들었었던 것이다.
참 어렸고, 어리석었음을 새삼 느낀다.
역시 난 머리가 좋지 않다.
지금 나는 먼 훗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먼 훗날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생각 할 수 없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것들을 해나가자.
27살. 2009년 9월 4일
먹은 겉만 늙고 속은 어린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9월 5일 내일은 가족벌초를 하러 가는날이다.
오랜만에 아버지를 뵈러 간다.
아버지. 거기서 우리 잘 보여요?
1983년. 당신이 당시 29세셨던해 저를 낳으셨습니다.
저도 이제 곧 당시의 당신의 나이가 됩니다.
저는 벌써 한여인을 만나 한가정을 꾸리셨던 당신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당시의 당신에 비하면 나는 한참 어리고 세상물정 모르는 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내일 찾아뵈러 가겠습니다.
자주 찾아뵈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당신의 두 아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위에서 지켜보시다가
잘못된 길로 빠져들때 그러지 못하도록 보호해 주실것 같은 기분이듭니다.
그곳에서는 부디 편안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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